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나는 반려견 키우는 게 내 평생 꿈이었다.
얼떨결에 그 꿈을 이루게 되었을 때
나는 행복에 겨워서 눈물을 흘릴 줄 알았다.
엘모를 데려온 그 날 밤,
잠이 그렇게나 많은 내가... 잠이 안오더라.
눈이 말똥말똥.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이 엉켜서 복잡하더라.
갑자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아기를 낳은 듯한 기분이었다.
정말 이게 최고의 선택이었을까? 엘모와 나 모두에게?
이 머나먼 타국에서
아직 나 스스로도 책임질 준비가 안되었는데
내가 감히 누굴 책임지겠다고 데려온걸까?
엘모에게 내가 과연 최고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서로가 익숙해지기 전에,
서로가 정이 더 들기 전에,
더 좋은 보호자를 찾아주는게 맞는걸까?
내가 정말 만에하나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리고 그 때 이미 커버린 엘모를 누군가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럼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나쁘지 않은가.
이렇게 귀엽고 예쁜 아기 시절은 같이 보내놓고...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바에, 지금이라도 당장 다시 돌려주고
더 사랑해 줄 수 있는 보호자를 찾을 수 있게 기회를 주는게 맞지 않을까.
이런 오만가지 별의별 생각들을 하느라 정말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나를 바라보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보고 눈물이 났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싶으면서도
또 다시 '더 좋은 보호자를 찾아줘야하나'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평생을 염원해 온 일이라
마음의 준비따위 진작에 하고도 남았다고 생각했던게
나의 교만이었던걸까.
누군가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거.
정말 쉽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부담감, 책임감에 울고 있는 나를 남편이 안아주었다.
그냥 복잡한 생각은 버리고
최선을 다해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면 된다고
같이 잘 키우자는 말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
엘모를 데려온지 이제 3주정도 되었다.
아직도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주고 있다.
그리고 엘모는...
첫 날 밤의 내 고민과 걱정을 너무나도 많이 덜어주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과 사랑을 나에게 주고있다.
엘모야
너를 만난건 정말 큰 행운이고
나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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